스포츠 경기 속 비밀이야기 3, 4편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2018년 러시아에서 열렸던 축구 월드컵 경기 기억하나요? 한국팀은 예선 경기에서 1승 2패로 조 3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지요. 특히 스웨덴 팀, 멕시코 팀과 펼친 처음 두 경기를 내리 지는 바람에 많은 축구팬들이 선수들을 비난했어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댓글로, 실수를 한 몇몇 수비 선수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했고요. 하지만 며칠 뒤 한국 팀이 세계 랭킹 1위였던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기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한국 축구팬들은 골을 넣거나 막은 선수들을 칭찬하기 바빴고, 이들은 금세 국민영웅이 되었어요.

이처럼 사람들은 당장 눈에 보이는 활약이나 실수로 선수들을 평가하곤 해요. 특히 골을 넣거나 막은 선수는 치켜세우고, 골을 허용하거나 실수한 선수는 심하게 비난하기 일쑤에요. 그런데 이렇게 득점이나 실점만으로 평가하는 게 옳은 걸까요? 혹시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축구 경기를 분석할 때 '슈팅', 골을 돕는 '어시스트', 공을 갖고 있는 '소유 시간' 등을 확인하는 게 전부였어요. 슈팅과 어시스트 숫자가 높을수록, 오래 공을 소유할수록 좋은 경기를 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선수들의 활약을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하는 기술이 개발됐어요. 경기 중에 몇 킬로미터를 달렸는지,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공을 어디에서 받았고 어디로 패스했는지 등 무궁무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 거예요.

먼저 선수들이 경기장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발자국으로 표시해주는 지도가 있어요. 골키퍼라면 자기편 골대 근처에 가장 많은 발자국이 표시되는 식이지요. 그래서 이 지도를 보면, 선수들이 어느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다음쪽에 있는 17번 이재성 선수의 독일 팀과의 경기 발자국 지도를 보면, 오른쪽에서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며 열심히 경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재성 선수는 이 경기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거리(12킬로미터)를 뛰었어요. 예선 세 경기에서 모두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린 것도 이재성 선수가 유일했고요. 비록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팀의 숨은 일꾼이었던 셈이지요.

또 한 가지! 요즘은 골대를 향해 공을 찰 때마다 슈팅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어요. 슈팅의 각도, 거리, 어떤 패스로부터 연결된 슈팅인지, 어떤 발로 슈팅을 했는지에 따라 골이 될 가능성을 따져보는 거예요. 예선 세 경기에서 한국 팀은 골대 안 슈팅을 많이 허용한 팀 중에 하나였어요. 그렇지만 허용한 슈팅의 위험성은 평균보다 낮았어요. 즉 한국 팀 수비 선수들이 상대 팀 공격 선수들을 집요하게 괴롭혀서 편안하게 슈팅할 수 없도록 했다는 얘기지요. 물론 골키퍼인 조현우 선수의 멋진 선방은 빼어난 순발력 덕분이에요. 그렇지만 골대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슈팅의 각도를 좁혀 준 수비 선수들의 활약 또한 조현우 선수의 선방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축구 경기의 정보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해요. '축구 경기에서 득점이나 실점을 할 때, 그 장면만 딱 떼어 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고요. 왜냐면, 득점이나 실점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 단계부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 각각의 움직임이 이미 득점이나 실점의 가능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래요. 독일 팀과의 경기에서 나온 조현우 선수의 선방과 손흥민 선수의 득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 멋진 장면들은 미리 상대 팀 슈팅의 길목을 막아 준 수비수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뛴 미드필드 선수들의 활약 덕분 아니었을까요?

텔레비전 중계방송이나 인터넷 기사는 눈에 띄는 선수들의 활약상만 강조해요. 물론 골을 성공시키고 막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공을 소유하고, 지치지 않고 뛰면서 공간을 만드는 등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노력의 순간들도 함께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선수들을 비난하거나 치켜세우기보다, 숨은 활약에 대해서도 응원과 박수를 보낼 때, 선수들 또한 경기장에서 멋진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을 거예요.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은 뭐가 다를까?


유달리 '운동 신경이 좋은 친구들이 있지요? 처음 배우는 데도 동작을 곧잘 따라 하는 친구들 말이에요. 배구의 김연경 선수,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신의현 선수처럼 올림픽이나 패럴림픽 대회에 출전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 신경을 '타고난 사람도 있어요. 물론 운동에서툰 '몸치'도 있고요. 하지만 이들도 연습을 통해 운동 신경을 기를 수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운동 신경이 좋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들은 뛰어난 운동 학습 능력을 갖고 있대요. 그중 한 가지는, 이전에 경험한 운동 동작의 원리를 몸으로 기억하고, 쉽게 따라 하는 능력이에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한다거나 좋아하는 시를 잘 외우는 사람처럼, 운동 경험을 근육이나 피부의 느낌으로 또렷이 기억하는 거예요. 그러면 새로운 운동을 배워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겠죠? 또 다른 능력은 운동할 때 필요한 정보를 잘 분류하는 능력이래요. 공을 하나 집어들 때에도 공의 재질과 무게에 따라 한 손으로 잡을지, 양손으로 잡을지, 또 얼마큼 힘을 쓸지 우리도 모르는 새 판단하는 거 알아요? 스포츠 경기를 할 때에는 그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빠른 상황 판단을 할 뿐이에요. 야구를 할 때 공이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날아오는지, 축구를 할 때 상대편의 태클이 위험할지 안 위험할지를 직감으로 판단하는 것처럼 말이죠.

언뜻 들으면 대단한 능력 같죠? 하지만 스포츠를 즐기는 데 필요한 운동 신경쯤은 연습을 통해서 충분히 기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수영 자유형을 배울 때에는 발차기 동작, 팔동작, 숨 쉬는 동작을 각각 구분해서 순서대로 배우잖아요. 처음에는 발차기에 신경을 쓰다보면 팔 동작이 망가지고, 팔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숨쉬기 동작이 엉망이 되기 쉬워요. 하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뻣뻣했던 동작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연결돼요. 똑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힘을 쓸 때와 뺄 때를 구분해서 더 빨리, 더 오래 수영할 수 있게 되지요. 이러한 단계가 되면, 배영이나 평영 등 다른 영법들도 더 쉽고 빠르게 배울 수도 있어요. 물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여유롭게 수영할 수 있고요. 연습을 통해 운동 신경이 발달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운동하는 방법을 익히고 나면, 힘을 다룰 수 있게 돼요. 몸을 움직이면 힘이 생기잖아요. 운동 연습이란 그 힘을 아무렇게나 쓰는 게 아니라, 특정 운동 종목에서 요구하는 동작과 경기 규칙에 알맞게 쓰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다시 수영을 예로 들어 볼게요. 수영을 배운다는 것은 물의 저항을 최대한 적게 받으며 앞으로 나가기 위해 몸을 유선형으로 만들고 앞으로 움직이는 데에 힘을 집중하는 걸 연습하는 거예요. 야구도 마찬가지예요. 야구 선수는 방망이를 아무렇게 휘두르는 대신, 타석에서 야구공을 정확하게 멀리 보내는 데에 순간적인 힘을 쓸 수 있도록 몸을 단련하는 거예요.

이처럼 운동 신경을 기른다는 건 우리가 가진 힘을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몸에 새겨 넣는 과정이에요. 몸 안에 '힘을 쓰는 길'을 낸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꼭 운동을 할 때뿐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하는 '몸짓'도 '힘'을 갖고 있다는 거 혹시 알아요? 친구들이 등을 두드려 줄 때 기운이 나고, 혐오의 표정과 말투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처럼요. 운동을 배울 때 운동 신경을 다듬어서 효과적으로 힘을 사용하는 법을 수련하는 것처럼, 우리의 몸짓이 내는 힘을 알고 이를 적절히 사용하기 위한 '신경'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힘을 아무렇게나 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고 보살피는 일에 잘 모아서 사용하기 위한 '센스' 말이에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