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 1편: 스포츠 명사의 정수

스포츠 명사의 정수



유명인사의 매체 이미지들이 과포화 상태에 달한 오늘날의 서구 문화에서 마이클 조던만큼 지속적으로 흥행 대상이 된 미국의 운동 선수, 혹은 미국인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보편적일 만큼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그의 명성은 부분적으로는 '뛰어난 농구 선수이자 유명 광고 모델'이라는 이중적인 경력에 기반해 있다. 그러나 조던의 영향력은 그의 개인적 지위 차원을 뛰어넘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을 정복한 스포츠 유명 인사의 원형으로서 논쟁. 존경.모방 심리를 불러일으켜 왔다.


그는 시카고 불스를 통산 여섯 차례나 NBA 챔피언에 올려놓았고, 다섯 번이나 MVP 트로피를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나이키 스니커스를 비롯하여 헤인스 언더웨어·MCI 장거리 전화 서비스·볼 파크 프랭스 핫도그·비잔 향수·맥도널드 햄버거·레이오백 배터리와 같은 다양한 업체의 상품 광고 모델로 활동해 왔다. 스포츠 광고 모델로서 그가 가진 흡인력은 엄청난 규모의 자본 축적으로 이어졌다. 1998년 그의 광고 수입은 공식적으로 4500만 달러 정도였는데(그 중 1600만 달러를 나이키에서 받았다), 이는 그해 선수 연봉인 3400만 달러를 훨씬 웃도는 액수였다(아인스틴 1999). 15년이 넘는 계약 기간 동안 나이키가 벌어들인 조던 관련 상품 판매액은 공식적으로 3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가 출연한 영화 <스페이스 잼>은 극장과 비디오 시장에서 5억 달러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1991년 조던과 광고 계약을 맺은 스포츠 음료 업체 게토레이는 "마이클 "처럼 되자be like Mike"고 소비자들을 부추겨, 이듬해 총 매출액을 6억 81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결국 게토레이는 1998년, 약 15억 달러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스포츠 음료 시장의 80퍼센트를 점유하게 되었다(암스트롱 1999).


지금까지 조던은 모두 세 번(NBA에서 두 번, 마이너리그 야구에서 한 번)에 걸쳐 공식 은퇴를 선언한 바 있지만, 그의 페르소나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아직도 수그러들 줄 모른다. 조던의 초실재적(hyperreal) 이미지는 지구를 끊임없이 돌고 돌아 캘리포니아 서부의 쇼핑몰, 폴란드의 거리, 흑인 디아스포라(Black Diaspora)가 거주하는 여러 나라 등 각양 각색의 공간에 침투해 있다(앤드루스 외, 1996). 실제로 그 동안 마이클 조던은 하나의 독자적인 브랜드로서 켈너(1995, p.5)의 표현대로 "전 세계에 수출하는 상품", 다시 말해 미국의 초국가적 상품 문화를 대표하는 중요한 사례로 기능해 왔다.


스포츠 명사의 정수, 마이클 조던 골프치는 모습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



글로벌 문화는 점점 더 대상과 실제, 인격을 매개하는 상품 기호의 교환에 지배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 속에서 조던 역시 이윤 확대를 목표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 및 여러 초국적 기업의 "기호 전쟁에 연루된 수많은 날조된 이미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골드먼과 팹슨 1996). 조던이라는 명사 기호(celebrity sign)는 또한 대단히 유연하고 유동적이어서, 변덕스러우면서도 중요한 의미들을 담고 있다.


그의 지위가 지속적으로 과잉 흥행되고 있다는 점은 "(최소한 캘리포니아 쇼핑몰에서는) 사람들이 마이클 조던의 번쩍이는 뒤통수 사진을 빌 클린턴이나 뉴트 깅리치,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보다 쉽게 알아본다"(아런스 1999, P.C01에서 재인용)는 최근의 모 광고 마케팅 조사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나이키가 '조던 주식회사jordan Inc.' 담당 사업부를 출범시키기 직전, 책임자로 지명된 스티브 밀러는 이렇게 호언 장담했다. "우리 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의 호소력은 스포츠, 젠더, 인종, 나이를 초월합니다. 이러한 호소력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프리드먼 1999, p.3에서 재인용).......


초월성 운운하는 이처럼 과장스런 발언이야 어찌 됐든, 이 장에서는 마이클처럼 되려는 욕구 속에 함축된 정치·경제적 의미를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조던의 이미지가 절합·소비되는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적 허세를 도마 위에 올리고자 한다. 이 장에서 우리는 문화연구와 포스트 구조주의·포스트 모던 이론에 기초하여, 조던의 원형적 페르소나가 유동적이고 유연하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적인 관계 · 경험 · 정체성 등을 모양짓는 데 있어서는 실체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서 최고의 가시도를 가진 이 명사 기호를 다양한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해석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조던의 초실재적 이미지가 젠더 ·인종·계급·섹슈얼리티 · 국적을 초월하기는커녕, 어떻게 복잡 다단한 사회 불평등의 모체와 연관된 갖가지 정치적·감정적 의미들을 품고 있는 기표들의 끝없는 사슬과 함께 탈근대적이고 글로벌한 매체 문화에 파묻혀 있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이장을 하나의 대안적 모색의 기회로 삼아 대중적인 인쇄·전자·광고 매체라는, 역사적으로 특수한 간텍스트적(intertextual) 담론들을 통해 유포·재편되는 신체적 불평등 및 차별 체계를 허물어뜨릴 방법을 찾고자 한다.


마이클 조던의 정치적 의미를 천착하기 전에, 우리는 우선 나이키가 어떤 방식으로 조던의 초실재적 이미지를 통해 특정한 감정적·정서적 투입/외피i(nvestment)를 동원하는 데 일조해 왔는가를 조명하고자 한다. 조던이 가진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의 유산이 특정한 욕망 및 정체성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가 상당하다고 주장하면서(앤드루스 1996, 1998, 콜과 앤드루스 1996, 콜 1996 #2925, 맥도널드 1996 참조), 우리는 현대 미국의 인종 관계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러한 증거들을 검토할 것이다. 포스트 레이건 시대의 미국이라는 맥락에서 조던은 특정 유형의 '강인한 남성적 신체(masculinehard body)'로서, 보수적인 가정의 가치를 선전하고 신우익의 의제를 전파하는데 기여해 왔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 세계화의 도정을 밝게 비추는 “국제적인 조던과 조우하여, 뉴질랜드·폴란드·영국 흑인 사회를 포함한 전 세계의 다양한 공간에서 조던이 미국적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조던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스포츠 및 스타 상품의 초국가적 현시에 간여하고 있는 지구적·지역적(obal-local) 연결 고리에 주목한다. 우리가 마이클 조던을 다층적인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이해하려는 것은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필수적인 과정으로서, 상품 및 명사 문화에 연루되어 있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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