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광란

3월의 광란: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


3월의 광란으로 불리게된 이유


매년 3월이 되면 미국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그러한 광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미쳐서 날뛴다'는 '광란'의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정말 사람들은(특히 대학생) 미쳐서 날뛴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흥분하고 열광한다. 그러면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 것인가? 그것은 유명 정치가의 연설도, 인기 그룹의 콘서트도 아니다. 바로 대학농구 토너먼트이다.

2003년에는 남자부에서 시라큐스대학이 창단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하여 학교 및 지역사회를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여자는 2002년에 이어 2003년에도 코넷티컷대학이 2연패를 하였다. 미국의 대학농구는 매해 12월부터 시즌을 시작하여 2월이 되면 각 리그의 우승팀이 가려진다. 남자의 경우, 대학농구에서 1부 리그 격인 Division I팀 305개 중 미국대학스포츠연맹이 64개 팀을 선정하여 토너먼트를 3월에 개최하게 된다. 이를 '3월의 광란(March Madness)' 이라고 한다. 물론 Division II와 III에 속해 있는 팀들도 3월에 토너먼트를 개최한다. 그러나 그것은 3월의 광란에 포함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관심은 Division I에 쏠려 있다.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 경기장 모습


64개팀 선정방식


우선 64개 팀을 선정하는 방식을 잠깐 살펴보면, 먼저 AP 통신 주관 아래 25위까지는 미국의 대학농구 전문 기자들이 투표로 뽑는다. 기자들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1위~25위 팀을 기명으로 투표한다. 1위 25점, 2위 24점・・・ 식으로 내려가 25위는 1점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총점을 계산해 25개 팀이 가려진다. 나머지 39개 팀은 NCAA 토너먼트 선발위원회에서 전년 11월부터 열린 각 컨퍼런스별 정규리그 및 포스트시즌 그리고 각종 초청대회(National Invitational Tournament) 성적을 기준으로 뽑는다. 출전 64개 팀을 동부, 서부, 남부, 북부 4개 지역(Region)으로 나누고 해당 지역별 1위 팀들에게 톱시드를 준다. 그리고 나머지 60개 팀을 랭킹에 따라 고르게 4개 조로 나눈 뒤 각 지역으로 배정한다.

이렇게 선발된 64개 팀은 각 지역별로 토너먼트를 거친 후 각 지역 우승팀이 한 곳에 모여서 4강전 및 결승전을 하게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16강전부터는 고유한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16강전의 경우 Sweet Sixteen 이라고 부른다. 16이라는 영어 숫자인 Sixteen의 첫 번째 알파벳인 S로 시작하는 달콤하다는 뜻의 Sweet을 붙여서 달콤한 16강전' 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그러면 Elite Eight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바로 8강전이다. 즉 8강에 올라왔기 때문에 뛰어난 팀이라는 뜻인 알파벳 E로 시작하는 Elite라는 단어를 앞에다 붙인 것이다. 4강전은 Final Four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렇게 각 단계별로 특별한 이름을 붙이는 것은 대회 자체를 브랜드화 하여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회 자체의 브랜드가 높아지면 그만큼 팬들의 관심은 더욱 집중되고 거기에 따라 각종 경제적인 이득이 수반된다.

각 지역의 우승팀은 한 개 도시에 모여 4강전을 가진 후 결승전을 거쳐 최종 챔피언을 가리게 된다. 4강전이 열리게 되는 도시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신청을 받아 선정을 한다. 지난 2003년 7월 1일에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4강전 개최 도시가 발표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으며, 각 도시들은 4강전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토너먼트 역사


이러한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의 역사는 80여 년 전인 193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9년 2개 지구에서 8개 팀이 참가하여 오레곤대학이 우승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 후 1979년에 시드배정제가 도입이 되고 1985년 64개 팀으로 참가 팀을 확대시킴으로써 현재와 같은 토너먼트가 진행되고 있다.

토너먼트에 열광하는 이유


그러면 왜 사람들은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에 열광을 하는가? 먼저 한번 패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토너먼트 방식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게 되고 그만큼 팽팽한 승부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많은 경기가 짜릿한 승부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이 대회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학교와 그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학생과 지역 주민들은 소속 대학의 농구부가 64개 팀 중 하나가 되어 토너먼트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를 매우 영광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팀에 대해 열광적인 응원을 한다. 실제로 4강전이 열리는 곳까지 수천 명의 학생이나 주민들이 비행기나 자동차로 이동하여 응원을 하는 모습은 대학농구 토너먼트의 아주 일반화된 현상 중 하나이다. 1999년의 경우, 남자 우승팀인 코넷티컷대학의 수천명의 팬들은 비행기 좌석이 매진된 관계로 4강전이 열린 플로리다의 세인트 피터스버그까지 자동차로 약 24시간을 달려가서 응원을 했다. 왜 이 대회가 3월의 광란이라고 불리는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다. 대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우리의 대학 스포츠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이나 지역 주민들은 단순히 응원으로만 팀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팀의 마스코트나 상징이 새겨진 티셔츠, 모자 등의 기념품을 구입함으로써 팀과 자신을 하나로 만들기도 하고 팀에게는 재정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 슛하는 장면


스포츠 비지니스적 특징


이러한 미국대학 농구 토너먼트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매우 큰 특징을 지니고 있다. 관중 수를 가지고 그 규모를 살펴보면, 2002년 남자 대회에서는 총 720,433명의 관중이 입장해서 경기 당 평균 20,584명의 관중이 입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결승전의 경우에는 52,647명이라는 엄청난 관중이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4강전은 미국 스포츠 이벤트 중 슈퍼보울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실제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함으로써 경기를 개최하는 지역의 관광, 식음료, 기념품 사업 등이 활성화되어 지역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또 우승팀의 학교와 지역사회에도 사회적,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준다. 먼저 그 우승 학교 및 지역에 대한 미국 내 전반적인 인지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는 곧 학교의 지원률 및 입학률과 직결되면서 경제적으로 학교에 많은 도움을 준다. 실제로 1999년 코넷티컷대학이 남자부에서 우승한 이후 그 해 신입생 수가 약 5000명 정도 증가하여 학교 당국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하였다. 또한 우승팀의 학생이나 지역주민들은 대량의 우승기념 티셔츠나 모자 등의 기념품을 구입함으로써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렇게 대회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는 엄청난 액수의 방송중계권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1999년 미국의 주 방송사 중 하나인 CBS는 60억 달러(약 7조 2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중계료를 지불하고 2003년부터 11년 동안 방송중계권료를 확보한 바 있다. 이는 1995년부터 2002년까지 7년 동안 CBS가 중계권료로 지불하였던 17억 2천 5백만 달러(약 2조 7백억 원)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상승한 액수이다.

스포츠 산업 발전에 큰 기여


미국대학농구 토너먼트는 사람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흥미유발을 통한 실제 참여를 유도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미국 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는 매우 의미있는 대회이다. 또한 이러한 대학농구의 열기는 프로농구에까지 그대로 이어져 미국 프로농구 인기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대학농구 토너먼트는 선수, 학생, 지역주민, 협회, 방송국 등이 광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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