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가 국민게임이 된 이유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장르 개척자


e스포츠 공식 종목에는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해 다양한 게임이 있지만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라는 새로운 문화 장르를 개척했기에 그 의미가 특별합니다.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e스포츠 전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스타크래프트에는 어떠한 특징과 매력이 있기에 e스포츠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스타크래프트 중계장면


우수한 게임성


스타크래프트가 말 그대로 국민 게임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게임성 덕분입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게임 제작사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1, 워크래프트2, 디아블로의 성공에 이어서 스타크래프트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게임 쇼에서 야심차게 첫 공개한 스타크래프트는 기대와는 다르게 "워크래프트의 싸구려 우주판", "대충 그래픽만 바꾼 게임"이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라이벌 회사의 수준 높은 게임을 눈으로 확인한 블리자드는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출시일까지 미루고 전면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프로젝트를 완전히 뒤엎는 결정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개발자들은 만들었던 게임을 폐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개발해야 했습니다. “출시일에 쫓겨 불만족스러운 게임을 내놓기보다 늦더라도 완벽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사용자에 대한 예의"라는 블리자드의 회장인 마이크 모하임의 말처럼, 블리자드의 개발 철학은 스타크래프트를 좀 더 완벽한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저그,테란, 프로토스 세 가지 개성 넘치는 종족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밸런스, 깔끔하고 화려한 그래픽,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배경 음악, 박진감 넘치는 전투 효과음, 세밀한 게임 스토리 등은 지금 출시되고 있는 게임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맛있는 나물과 반찬으로 가득한 비빔밥처럼 스타크래프트는 유저의 입맛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치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북미에 이어 우리나라에 출시됐고 곧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PC방 산업을 발전시켰고 PC방은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더해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유저들은 하루 24시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러한 열기가 e스포츠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1세대 프로게이머이자 OGN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민 해설자는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되고 프로게이머를 은퇴할 때까지 한순간도 스타크래프트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스타크래프트는 유저의 눈과 손을 사로잡았습니다. 뛰어난 게임성은 이후에 발매되는 게임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출시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블리자드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2017년 여름에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출시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스타크래프트를 민속놀이, 유형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게임의 완성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반증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손오공TV

 

배틀넷 서비스


스타크래프트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해 배틀넷이라는 가상공간으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하이텔, 천리안 같은 PC 통신에 접속하듯이 배틀넷에 접속하면 전 세계 수많은 유저들을 만나고 그들과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른사람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유저들은 하나둘 배틀넷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배틀넷은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싶은 유저들의 욕망을 채워주었습니다. 유저들은 배틀넷에서 게임도 하고 다른 유저들과 채팅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배틀넷은 유저와 유저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통로가 되었고, 스타크래프트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라고 해도 혼자 즐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비록 게임 속 가상공간이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그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지금은 아주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당시에는 굉장한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배틀넷은 우리나라 인터넷 보급에 견인차 역할을 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영어 사전에 고유명사로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이외에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와 같은 게임들을 운영하기 위해 계속해서 배틀넷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손오공티비

스타크래프트 컴퓨터 화면 모습


쉬운 조작 방법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해도 난이도가 높으면 쉽사리 손이 가지 않습니다. 남들은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는 재미가 없다면 게임이 난해하거나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참 배우기 쉬운 게임입니다. 유저를 세심하게 배려한 부분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오른손은 마우스를 쥐고 왼손은 키보드 자판에 올린 상태로 양손을 편안하게 활용해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유저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명령을 내리면 유닛들이 바로 명령을 수행합니다. 게임 화면을 보면 어떠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지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건물을 짓거나 유닛을 생산하는 모든 명령어에는 단축키가 설정되어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은 주로 남성이 즐기는 오락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만들었습니다.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여성 유저가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e스포츠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김가을, 서지수, 이종미 선수 등 여성 프로게이머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는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특징 이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유저가 새로운 맵을 제작할 수 있는 '유즈맵 세팅', 유저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래더 시스템', 바둑 기보를 보듯이 게임을 복기할 수 있는 '리플레이 시스템' 등 다양한 콘텐츠들은 스타크래프트를 롱런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이 정도면 스타크래프트에 정말로 민속놀이 타이틀을 쥐어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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